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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가 영국을 더 잘살게 만들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 지금도 그 생각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투표 결과가 나온 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이 "브렉시트는 실패였다"고 답합니다. 저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직접 살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 숫자가 허투루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해가 지지 않던 나라, 지금은 어디쯤인가
일반적으로 영국은 "아직도 선진국 상위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여러 경로로 접한 실제 생활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슈퍼마켓에서 500ml 콜라 한 병에 우리 돈 기준 3,000원, 작은 초콜릿 바 하나에 4,000원. 외식은 일반 체인점에서 1인당 4만 원이 기본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외식이 비싸다고 느끼는 저도 그 수준이면 꽤 부담스러울 것 같았거든요.
브리티시 엠파이어(British Empire), 즉 대영제국은 한때 전 세계 육지의 약 4분의 1과 인구 5분의 1을 지배했습니다. 여기서 브리티시 엠파이어란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이 캐나다, 호주,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에 걸쳐 구축한 식민지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던 시절입니다. 그 자부심이 지금도 영국 국민 정서 깊숙이 남아 있다는 점이, 브렉시트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그 영광이 현재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냐, 이게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자존심이 강한 집단일수록 현실을 인정하는 속도가 느리고, 그 간극이 커질수록 잘못된 선택에 쉽게 설득당합니다. 영국 유권자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심리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한때 전 세계 육지 1/4을 지배한 대영제국의 후손이라는 집단적 자존심
- 유로화 도입도 거부하고, EU 내에서도 특혜를 누렸던 "예외주의" 마인드
- 제조업 공동화와 금융 의존 심화로 인한 실질 생활 수준 하락
- 2016년 브렉시트 투표 결과: 찬성 51.89% vs 반대 48.11% (출처: The Electoral Commission)
물가·이민 문제, 브렉시트가 실제로 한 일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내세운 논리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EU에 납부하는 분담금보다 받는 혜택이 적으니 탈퇴하면 그 돈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 둘째, EU 자유이동 원칙으로 넘쳐나는 이민자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두 논리가 꽤 설득력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런 단순한 셈법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실제로는 어땠냐. EU 탈퇴 이후 EU산 수입품에 관세가 붙으면서 일부 품목은 하룻밤 사이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영국 GDP는 브렉시트가 없었을 가상 시나리오 대비 약 8%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여기서 GDP(국내총생산)란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합을 말하며, 8% 차이는 수십조 파운드 규모의 격차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꽤 묵직하게 느꼈습니다.
이민자 문제는 더 아이러니합니다. EU 탈퇴로 동유럽 합법 이주 노동자, 특히 폴란드 출신 저임금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오히려 인력 부족이 심각해졌습니다. 반면 불법 이민 건수는 2023~2024년 기준으로 브렉시트 이전보다 수십 배 늘었습니다. 프랑스가 영불해협 밀입국자를 막지 않는데, EU 회원국도 아닌 영국이 외교적으로 압박할 수단이 줄어든 탓이 큽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 즉 왜곡된 정보로 대중의 판단력을 흐리는 방식으로 "이민자가 복지를 빼앗아 간다"는 서사가 확산됐고,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공포가 브렉시트 찬성표로 이어졌다고 저는 봅니다.
포퓰리즘(populism), 즉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표를 끌어모으는 정치 전략이 여기서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보리스 존슨은 투표 찬성을 이끌고 정작 책임은 지지 않았고, 그 부담은 테레사 메이와 이후 총리들이 나눠 졌습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서 저는 "정치인의 수명과 정책의 수명이 다를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브레인드레인, 영국의 다음 10년이 걱정되는 이유
브레인드레인(Brain Drai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브레인드레인이란 한 국가의 고급 인재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영국, 특히 런던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 인재를 빨아들이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런던 출신 고학력 젊은층이 싱가포르, 두바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흐름은 한번 붙으면 뒤집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옥스퍼드 특정 칼리지와 이튼 스쿨(Eton School) 출신이 수십 명의 총리를 배출하는 올드보이즈 클럽(Old Boys' Club) 구조도 문제입니다. 올드보이즈 클럽이란 특정 명문 학교 동문 네트워크가 정계·재계 요직을 독점하는 폐쇄적 엘리트 순환 시스템을 말합니다. 국민 전체의 5%도 안 되는 사립학교 출신이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정책이 대중의 삶과 동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영국 대학들도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민 규제 강화로 해외 유학생 유치가 어려워지고, 국내 학생들은 치솟는 등록금 앞에 진학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대학이 흔들리면 연구와 혁신이 흔들리고, 그게 다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입니다. AI, 반도체, 바이오 같은 차세대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에 밀리고,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자본도 이미 대부분 해외로 빠진 상황에서 영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어디서 찾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영국이 망해가는 나라냐, 그건 또 다른 얘기입니다. 저도 이 주제를 파고들수록 "쇠락"과 "정체"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통과 느릿한 속도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 미리 들여다볼 반면교사로서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브렉시트 이후 영국 물가가 얼마나 올랐나요?
A. 일반적으로 "영국도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EU 탈퇴로 인한 관세 추가 부담이 한 겹 더 얹혔습니다. 편의점 콜라 한 병이 우리 돈으로 3,000원, 외식 1인당 4만 원 수준으로 올랐고, EU 회원국 평균보다 인플레이션 폭이 더 가파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브렉시트가 없었을 경우 대비 GDP가 약 8% 낮다는 OBR 분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Q. 브렉시트 후 영국 이민자 수가 줄었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EU 자유이동 원칙이 사라지면서 동유럽 합법 노동자가 줄었지만, 해협을 통한 불법 이민은 2023~2024년 기준으로 브렉시트 이전보다 대폭 늘었습니다. 영국이 EU 회원국이 아니다 보니 프랑스 등에 외교적으로 협력을 요청하는 레버리지가 약해진 탓이 큽니다.
Q. 영국이 EU에 다시 가입할 가능성은 있나요?
A. 여론조사상 재가입을 원하는 비율이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탈퇴 과정 자체가 4~5년 걸렸고, EU 측도 이전과 동일한 특혜 조건을 다시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화 도입 등 더 엄격한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있어, 정치적으로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카드입니다.
Q. 한국이 영국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을까요?
A. 저는 이민 정책과 포퓰리즘 두 가지를 꼽겠습니다. 나라가 잘 나갈 때 다양한 인력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상황이 나빠졌을 때 이민자 혐오가 빠르게 커집니다. 또 "우리는 달라, 우리는 특별해"라는 예외주의 감정을 자극해 표를 끌어모으는 정치 수법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한국이 잘 나가는 시점이 오히려 이런 구조를 점검할 적기라고 봅니다.
결론
대영제국의 자부심, EU 탈퇴, 물가 폭등, 브레인드레인까지 짚어봤습니다. 제가 이 주제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감정이 경제를 이겼을 때 청구서는 언제나 뒤늦게 온다"는 점입니다.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진 노인 세대 상당수가 그 결과를 실제로 살아내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젊은 세대가 그 몫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K-문화 소프트파워로 영국이 전성기에 누렸던 것과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가려면 영국이 놓쳤던 것들, 즉 인재가 머물고 싶은 환경, 이민자와의 자연스러운 통합,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 결정을 미리 챙겨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전성기가 아직 수십 년 남아 있다면, 지금이 그 설계를 점검할 때입니다.